다 읽고 보니 이 책은 ‘타임슬립 SF’라기보다, 시간을 장치로 삼아 노예제의 현실을 체감하게 하는 역사 소설에 가깝다. 처음엔 정통 SF를 기대해 살짝 당황했지만, 그 덕분에 기술보다 구조의 문제에 시선이 간다. 읽는 동안 한국의 노비제가 자연스레 떠올랐고, 그래서 『킨』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역사와도 연결된 책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노예나 소작농이었을지 모를 김해 김씨라 더 공감이 가는 면도 있었다.
일상에서 가볍게 쓰는 “대감집 노비가 낫지” 같은 말이 떠오른다. 우리가 진짜로 자유로워지는 날은 인제나 올까? AI시대가 왔음에도, 모두가 최소한의 노동만으로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대가 과연 올지,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는다. 빈곤은 줄어들어 왔지만 체감되는 자유는 멀고, 최근의 둔화도 마음에 걸린다. 결국 내가 할수 있는 건 나부터 잘하고 나의 삶으로서 주변을 더 설득하고 좀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힘쓰는 거다. 장기적으로는 그저 잘되기를 바라는 수밖엔 없지 않나 싶다.
『킨』은 거창한 이론보다 구체적인 인물과 상황을 통해 역사를 보여준다. 불편했지만 읽을 만했고 남에게도 추천할 만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