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BN 9788998441012

모순

작가: 양귀자
출판사: 쓰다

근 10년간 소개팅을 거절 해온 것은 자연스러운 만남을 위해서는 아니었다. 자연스러운 만남만을 추구한다고 말하기엔 난 소개팅 앱을 꽤 오래 사용한 적도 있었다. 그보다는 누구에게 소개를 받는다는 일이 약간은 부담되는 기분이기도 하고, 또 굳이 그런 인위적인 일이 아니어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스타트업 개발자에게는 아는 여자 사람은 줄어들기만 하고 쉽게 늘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소개팅을 나가게 되었다. 워낙 오래전 일이라 깜빡했는데, 소개팅에서의 대화 주제로 성격 유형론만한 게 없었다. 나는 혈액형을 믿지 않고, 믿지 않는 것을 티낼 만큼 사회성이 떨어졌다. 그러나 2022년 소개팅 시즌을 맞아서 혈액형과 작별하고 MBTI를 만나자 금방 알게 되었다 혈액형 성격유형론이 얼마나 편리한 대화 주제였는지. 혈액형은 고작 4개에 대해서만 알면 따라갈 수 있었으나, MBTI에 대해서 아는척이나마 해보려면 최소 16개의 유형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아야만 했다.

그렇게 나간 소개팅에서 5번 연속 짝을 찾지 못하자 왠지 입사지원을 실패한 취준생처럼 의기소침해졌다. 소개팅에 나가면서도 자연스러운 느낌을 기대하는 내 마음이 문제였던 걸까? 진진이 빠진 딜레마에 내가 빠지려면 조금 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