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 코드: 더 비기닝
ISBN 9788932924977

환경과 재능

위인전은 그 사람의 업적을 위주로, 마치 이솝 우화처럼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작성된다. 그로 인해서 위인을 좀 더 단편적으로 바라보게 만들고, 내게는 우화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우리 집에는 위인전 세트 몇 질이 스쳐 지나갔는데, 그중에서 빌 게이츠의 위인전도 있었다. 그는 그중 몇 안 되는 생존 인물이었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과는 다소 다르게 다가왔다. 더 멋졌고, 나도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어쩌면 그 시점에 내가 개발을 조금 배웠던 것에 영향이 있었던 것도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가 가졌던 환경과 재능의 정도는 내가 가지고 있었던 것과 사뭇 달랐다. 심지어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도 그렇게 할 수는 없었겠다는 생각에 허탈감과 안도감이 동시에 든다. 이 책은 우리가 아는 기린아들이 탄생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재능과 환경의 뒷받침이 필요한지 생각하게 한다. 재능이야 헷갈릴 부분이 없으니 차치하고, 내가 말하는 환경은 단순히 부자인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한 개인이 굳은 심지와 열정을 가지고 한 가지에 몰두할 수 있게 하는 어떤 성격적 특질이 탄생하기 위한 일련의 사건 조합을 말한다. 그 조합은 때로는 부가 아닌 불행의 얼굴을 하기도 한다. 그런 개인은 디지털 시대에도 마치 고대의 대장간에서 탄생하는 명검처럼, 여러 우연이 겹쳐야만 탄생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것은 그런 개인의 행운을 넘어서서, 어떤 태도로 삶에 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 준다. 미래에 대한 낙관을 바탕으로 삶을 불태우는 일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퍼스널 컴퓨터는 20세기 최고의 혁신 중 하나이고, 우리가 이해하는 세상의 새로운 페이지를 연 기술이다. 이제 그 혁신의 토대 위에서 다음 시대를 여는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50년 전의 결정적 인물을 통해서 그 순간들을 살펴보고, 이제 세상이 또 어떻게 바뀔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